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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플’ 과제로 창업한 대학생 CEO…“‘취업’ 이라는 플랜B는 없죠” 조회수 : 29562

[대학생 스타트업 탐방]


박종일 유니온 아일랜드 대표


대학생이라면 한 번씩은 경험하는 팀 과제, 이른바 ‘팀플’로 회사까지 설립한 이가 있다.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3년의 휴학 기간 동안 ‘유니온 아일랜드’를 설립해 운영한 박종일 대표는 5년 후, 회사 매출을 ‘월 평균 1억5000만 원’까지 끌어 올리며 진정한 사업가로 성장했다.





[PROFILE]

박종일 대표

1988년생

2007년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입학

2012년 유니온 아일랜드 설립

2014년 ‘스마일 포맨’ 서비스 론칭

2016년 뷰티 전문 서비스 ‘더블링스킨’ 오픈 


교환학생 갈 돈 700만원 털어 생활체육 매칭 앱 개발

3개월 만에 통장 잔고 0원 

스포츠 센터 반응은 시큰둥

코딩 배우며 바닥부터 다시 시작

천연비누 출시해 5억원 매출

온라인 마케팅 노하우가 최대 자산

대기업 입사한다고 ‘안정된 삶’ 오나


‘스포츠 마케팅’ 전공과목 시간. 3학년 1학기 째를 맞던 25세 박종일 대표는 ‘스포츠 사업 아이템 기획’이라는 팀 과제를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가장 전도유망한 아이템을 찾기 위해 실리콘밸리의 사례를 뒤지던 그의 팀원들은 현지에서 앱 서비스 플랫폼이 유행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당시 국내에서는 운동이 대중적 취미로 각광받던 시기였다. 하지만 스포츠 시설의 홍보방법은 전단지 배포가 전부였고 고객이 스포츠 센터나 강사 정보를 알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았다.


“생활체육 앱 매칭 서비스다!” 박종일 대표는 무릎을 쳤다. 이용자에게 스포츠 시설과 강사를 소개하고 이용자끼리 센터 정보도 공유하는 앱을 기획했다. 그때 팀원 중 실제 쇼핑몰 창업을 준비 중이던 경영학과 선배가 “아예 사업화를 해 보자”라고 제안해 왔다. 마침 학교생활에 지루함을 느끼던 찰나, 박 대표는 5개월 뒤로 예정돼 있던 교환학생을 위해 모아둔 자금 700만원을 선뜻 내놨다. 선배의 창업 자금 700만원까지 총 1400만원으로 마침내 ‘유니온 아일랜드’가 탄생했다. 





1400만원에 또 1억 원… 연속된 투자 실패


하지만 이 거금은 고작 3개월 만에 사라졌다. 웹디자이너와 개발자 인건비에 쓰고 나니 남는 게 없었다. 그런데 성과도 없었다. 영업에 바빠 개발자와 소통하지 못했고 결과물은 박 대표가 그린 그림과는 전혀 달랐다. 통장 잔고가 0원이 된 순간, 그는 교환학생과 유니온 아일랜드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야 했다.


“억울했어요.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죠. 그러다 정부와 포스코 벤처파트너스 지원사업을 알게 됐고 스포츠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멘토의 조언을 흡수해 1억 원 투자유치에 성공했죠.”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박 대표는 그길로 도서관에 틀어박혀 개발언어와 개발방식에 대해 샅샅이 공부했다. 같은 학교 컴퓨터공학과 친구들에게 술을 사줘가며 생생한 강의도 들었다. 팀원도 뽑았다. 채용 사이트를 통해 영업이사, 디자이너 2명, 개발자 2명까지 총 6명을 채용했고 마침내 스포츠 시설 매칭 플랫폼 ‘스포츠 앤 세이’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었다. 방문자가 없었다. 오프라인 공간도 마찬가지였다. 영업을 위해 박 대표가 직접 스포츠 시설을 백방으로 뛰어 다녔지만 반응은 하나같이 시큰둥했다. 광고비 지출에 인색한 스포츠 시설을 상대로 온라인 광고에 따른 마케팅 비용을 받는 수익모델은 한계가 있었다. 매달 인건비와 임대료가 700~800만원씩 빠져 나가고 있는 상황. 결국 1억 원은 다시 6개월 만에 사라졌다. 


“청신호도 있었어요. ‘스포츠 앤 세이’ 홍보를 위해 만든 SNS 채널 ‘스마일(스포츠마니아일루모여)’의 반응이 괜찮았거든요. 스포츠 관련 콘텐츠 큐레이팅 서비스를 제공했죠. 문제는 스포츠 앤 세이로의 유입이 거의 제로라는 것이었어요.” 





에그멜론비누 출시, 온라인 마케팅 덕에 5억 매출 ‘승전보’


다행히 당시 큐레이션 시장은 크게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포츠라는 제한된 시장 범위가 문제였다. 


“스마일 구독자를 분석해보니 95%가 20~30대 남성이었어요. 어차피 범위를 좁혀놨으니 아예 남성 맞춤 큐레이션을 통해 전용 제품을 판매해보기로 했죠. ‘스마일 포맨’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운동용품이나 남성 그루밍 제품, 저렴한 전자기기를 위탁 판매했죠. 반응도 괜찮아 월 평균 2000만원의 매출도 냈어요. 하지만 정작 물건 구매비용을 빼니 마진율이 30%에 그치더라고요. 또 한 번의 실패를 맛봤죠.” 


유니온 아일랜드의 강점은 역시 소셜 마케팅이었다. 스마일로 쌓은 온라인 마케팅 역량을 내세워 대형병원, 공공기관, 언론사, 금융업 등 다양한 산업군의 행사 운영대행을 도맡게 됐다.



더블링스킨의 첫 제품 ‘에그멜론비누’. 사진=유니온 아일랜드


하지만 대행업은 유니온 아일랜드의 진정한 사업모델이 아니었다. 고정 수입이 발생하자 박 대표는 다시 스마일 포맨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패인이었던 마진율 극복방법을 고심하다가 직접 제품을 제작해 보기로 했다. ‘더블링스킨’이라는 쇼핑몰을 만들고 첫 작품 천연비누 에그멜론비누를 출시했다. 


이제 유니온 아일랜드의 최대 강점인 온라인 마케팅 기술만 얹으면 됐다. 박 대표는 체험단을 택했다. 잘생기고 몸도 좋은 트레이너를 섭외해 체험기를 영상으로 찍어 홍보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만1900원짜리 에그멜론비누는 지난해 9월 출시이후 약 4개월 간 일 매출 평균 1500만원, 전체 5억 원 매출을 달성하며 유니온 아일랜드에 승전보를 울려왔다.



유니온 아일랜드 멤버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종일 대표, 박현중 경영 이사, 

김건형 콘텐츠 제작 및 고객CS 담당 매니저. 사진=서범세 기자



직원 연봉 3000만원… ‘취업’이라는 플랜B는 없다


현재 유니온 아일랜드의 연 평균 매출은 1억 5000만 원이다. 6명의 정직원은 2년차 이상 기준 약 3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살림 전반은 박 대표의 초등학교 단짝 박현중 이사가 맡고 있다. 박 이사는 ‘안정된 삶’을 위해 회계사를 준비하다 돌연 스타트업인이 됐다. 


“한 번은 현중이가 ‘뭐가 정말 안정적인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대기업 입사한 친구들을 보면 늘 새벽까지 야근한다며 괴로워해요. 하지만 앞으로 정말 길어야 20년이에요. 퇴사 후의 삶도 막막할 테고요. 무엇보다 잘하든 못하든 월급은 똑같잖아요. 그럴 바엔 주도적으로 일하면서 보상도 확실한 ‘내 일’이 낫죠. ‘안 되면 취업한다’ 라는 플랜B는 제 사전에 없어요.”





대표의 월급은 얼마인지 묻자 박 대표는 “당연히 직장인 월급 보다는 많다”라며 웃었다. 더블링스킨은 현재 두 번째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올인원 케어제품과 친환경 수건이다. 효과적인 온라인 마케팅을 위해 박 대표는 요즘 뷰티크리에이터의 1인 방송을 매일 시청하고 있다. 


“온라인을 가장 잘 아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개인기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또 온라인은 경계가 없으니 조만간 해외로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창업을 앞두고 고민상담을 청하는 후배가 많아요. 막상 시작해보면 별 것 아니에요. 실패하더라도 ‘여행 한 번 다녀온 셈’치면 되죠. 실은 그보다 훨씬 값진 경험을 산 것이니까요.”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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