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물

[연세대 스타트업 20]‘놀이 시터’ 놀담...맞벌이 부모님 대신 동생 돌보다 사업 아이디어 조회수 : 26350


문미성 놀담 대표

1994년생

2013년 연세대 체육교육과 입학 

2016년 7월 ‘놀담’ 론칭


방과후 아이들과 놀아주는 ‘놀이 시터’ 서비스

주 2회 2시간씩 19만9000원...맞벌이 부모들 환호

‘놀이의 대’ 잇는 다는 자부심도

지자체 행사 파견, 오프라인 실내놀이터 ‘착착’

휴학생이란 색안경 난관...졸업 후로 점프하고파


“기자님 죄송하지만 인터뷰를 조금만 미룰 수 있을까요. 갑자기 사업미팅이 잡혀서요….”


인터뷰 당일 아침, 문미성(연세대 체육교육학 13학번) 놀담 대표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왔다. 나중에 들으니 사회적기업진흥원으로부터 사업 제휴 제안이 왔다고 했다. 곧이어 스물 셋, 대학 1학년생에게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전문용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문 대표는 1학년 2학기를 마친 2013년 말부터 쭉 ‘휴학’ 상태다.


‘놀담’은 대학생 놀이 선생님과 학부모를 연결하는 매칭 어플리케이션이다. 1월 초 딱 300일째를 맞았다는 놀담에 가입된 선생님은 900명, 학부모는 무려 2100명에 달한다. 매달 오고가는 거래액은 평균 700만원. 공동창업자이자 세 명의 휴학생이 일궈낸 성과다.





1학년, ‘돈 잘 버는 사회적 기업 만들려 휴학계


문 대표는 원래부터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다. 1학년을 마치자마자 휴학계를 제출하고 바로 스타트업에 입사할 정도였다. 동료들 역시 그의 기대대로 열정적이고 전투적이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모두가 밤을 새워가며 미친 듯이 일하는 게 결국은 다른 기업에 인수돼 수익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자체 수익모델이 없다 보니 투자금이 끊기는 순간 회사는 휘청거렸고 구성원들도 흩어져버렸다. 


“이상과 현실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아예 직접 회사를 설립해보고 싶었어요. 특히 사회적 기업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행사를 열심히 찾아다니며 구체적인 창립이념(?)을 만들어 나갔죠. 결론은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기만 해도 해당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있게 만드는 것이었어요. 수지 폰케이스로 유명한 마리몬드를 구입하면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을 도울 수 있는 것처럼요.”


다음 과제는 아이템을 선정하는 일이었다. 문 대표에게는 13세 어린 막내 동생이 있는데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 대신 그가 녹색어머니까지 도맡으며 엄마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놀이터에서 동생 친구들과 함께 놀아주는 것 역시 그의 일. 그러다 수많은 아이들이 방과 후에도 부모님이 아닌 다른 사람과 놀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탁아의 대란’을 몸소 체험한 것.


마침 자신과 같은 많은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를 찾아헤메지만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고 소모적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바로 ‘놀이시터’였다. 대학생에게는 순수한 아이를 만날 기회를 주고 아이 역시 친구 같은 선생님과 어울릴 수 있는 맞춤 서비스였다.


“무엇보다 놀이의 대를 잇고 싶었어요.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완벽하게 짜인 놀이도구에 갇혀 있잖아요. 저와 같은 추억을 갖지 못한다는 게 안타까웠죠. ‘막 노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마침내 본격 론칭에 돌입했다. 사회적 기업 교육센터와 IT창업 연합동아리 등에서 만나 같은 꿈을 꾸던 두 명의 휴학생이자 동료를 설득해 ‘놀담’을 탄생시켰다.





“2015년 7월, 우선 베타서비스를 오픈했어요. 사실 특별할 건 없고 ‘잘 노는 법’부터 배워 보자는 생각으로 주말마다 마포구 아이들과 무료로 놀아줬죠. 선생님은 교내 홍보게시판에 포스터를 붙여서, 학부모는 지역 어머니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를 통해 홍보했는데 세 달만에 선생님 60명과 어머니 200명이 모였어요.”


성공 가능성을 본 놀담팀은 본격 론칭 전, 제대로 된 교육 커리큘럼을 배우기로 했다. 전문 교육업체를 뒤져 일일이 찾아갔는데 한정된 돈으로 강의를 듣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던 중 한 업체에서 강의료만 지불하는 조건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제한된 예산 때문에 딱 두 번 만에 중단해야 했지만 강의내용을 녹음해 달달 외웠다. 그리고 지난해 3월, 드디어 정식판을 론칭했다. 


월 평균 거래액 700만원… 진짜 수익은 B2B사업


놀담의 선생님이 되려면 프로필심사, 교육, 면접 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플을 다운받으면 신청페이지가 뜨는데 간단한 프로필을 등록하면 문 대표가 직접 심사해 교육일정을 안내한다. 교육 때는 세 가지를 안내한다. 놀담 소개, 놀이와 아이 설명,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안전 매뉴얼이다. 


“이건 사실 비밀인데요, 교육이 곧 면접이에요. 선생님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공감과 소통이기 때문에 구성원들과 잘 어울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현재 서비스 대상은 서울‧경기 내의 전 지역이다. 선생님 시급은 1만원부터 1만5000원, 여러 명의 아이를 맡아야 하는 ‘팀제’의 경우는 1만8000원을 지급한다. 시급은 등급에 따라 달라지는데 놀이 시간이 많을수록 등급도 높아진다. 중간 중간 워크숍도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워크샵의 목적은 ‘항상 발전해야 한다’는 문 대표의 방침에 따라 계속 새로운 커리큘럼을 연구하는 것. 워크샵 비용은 학교가 무료로 제공하는 창업지원 공간을 이용한 덕에 전혀 없다.


학부모의 이용료는 2시간씩 주 2회에 기본 19만9000원이다. 월 평균거래액은 700만원. 하지만 놀담의 진짜 수익은 B2B사업에서 발생한다. 현재 다양한 어린이 테마기관이나 지자체와 협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에서 진행한 행사에 강연자로 참여하고 담당 선생님을 파견하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영어나 음악 같은 보다 ‘교육적’인 커리큘럼은 없을까. 처음에는 영어시터나 학습시터 등 학부모들이 더 원하는 분야도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그냥 놀이’를 선택했다. 아이가 정말 원하는 서비스를 하자는 초기 목적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어려움도 있다. 선생님에게 온전히 의지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간혹 선생님이 갑자기 두문불출하는 돌발 상황도 발생한다. 대학생 사업이라는 점도 종종 발목을 잡는다. 


“전지전능해져서 딱 한 가지만 바꿀 수 있다면 시계를 졸업 후로 돌리고 싶어요. 파트너사나 담당기관 중에는 휴학생이라는 사실 만으로 저희를 무시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언젠간 학교로 돌아갈 거란 생각에 반신반의하는 거죠.” 





대학생에게 새로운 직업을 선물하는 게 꿈


문 대표의 하루는 매일 아침 10시에 시작한다. 출근 후 매일 성과표를 점검하며 회원수, 매출, SNS팔로워의 증감까지 꼼꼼히 확인한다. 점심은 하루 단위로 회원수나 매출, SNS 팔로워 수를 확인한다. 오후에는 선생님 심사나 교육 등 HR 업무에 매진한다. 교육이 매주 두 차례씩 있기에 교육과정을 짜는 것도 일. 아울러 끊임없이 신사업을 발굴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학교 다닐 때는 들춰보지도 않던 교육학 전공서적을 요즘 거의 매일같이 읽고 있어요. ‘그때 교수님 설명이 이런 뜻이었구나’라며 뒤늦게 깨우치고 있죠. 돈도 벌고 공부도 하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최근에는 선생님과 학부모 사이에서 문제를 조율하는 상담 매니저도 세 명 채용했다. 서울시의 지역구별 센터에서 의뢰를 받아 30대 초반의 유아교육과 출신 경력단절 여성으로 꾸렸다. 


‘지원금도 빚’이라는 철칙에 따라 론칭 당시 사회적 기업 진흥원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체 수익금으로 운영한다. 또 수익금 대부분은 고스란히 재투자에 활용한다. 대신 직원 월급은 꼬박꼬박 챙겨주려 노력한다. 문 대표 스스로 스타트업에서 정말 ‘땡전 한 푼’ 못 받아가며 일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놀담의 첫 번째 재투자 처는 놀랩(lab). 놀담의 오프라인 버전으로 아이들이 학원을 가지 않아도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실내놀이터다. 2~3월 중 오픈을 목표로 세부 작업에 돌입한 상태. 


이처럼 승승장구하고 있는 문 대표지만 유일하게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부모님의 반대다. 문 대표의 같은 학교, 학과 선배이자 현재 체육선생님인 부모님은 늘 “선생님처럼 좋은 직업을 왜 제 발로 걷어차느냐”며 안타까워한다.


“같은 휴학생 멤버 중 학교와 정말 멋있게 맞서 싸우던 선배가 결국 얼마 전 퇴학당했어요. 나머지는 전부 학교로 돌아갔고요. 정부 지원금도 좋지만 대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눈치 안보고 살만큼의 기반부터 마련됐으면 해요. 학점 전환이나 휴학 무기한 연장 같은 거요. 그래서 ‘대학생 스타트업’이 아닌 진짜 기업이 되고 최종적으로는 대학생들에게 새로운 직업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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