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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타파] 일문학도의 유니클로 슈퍼바이저 성장기 조회수 : 48528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FRL)코리아가 10월 24일부터 11월 6일까지 신입사원 공채 지원서를 받는다. 직무는 모두 점장후보직(UMC·Uniqlo Manager Candidate). 1년간의 점포 체험 뒤에는 다양한 선택의 길이 주어지는데, 홍대지역 슈퍼바이저(SV) 남정호 씨는 이 길을 거의 한 번씩 밟아본 경험 많은 모범 선배다.




[PROFILE] 

남정호

1981년생

2009년 세종대 일어일문학 졸업

2009년 2월 유니클로 점장후보직 입사

2012년 9월 본사 영업추진팀 사원 

2014년 10월 롯데월드몰점 S점장 

2015년 3월 본사 영업지원팀 대리 

2016년 3월~ 홍대지역 슈퍼바이저(SV) 근무


“문과는 전공을 살리기 어렵더라고요.” 7년 전에도 같았다. 4년 동안 열심히 일어일문학을 공부했지만 막상 취업 지원서를 쓰려니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남정호 씨에게는 특별한 뭔가가 있었다. 바로 마케팅에 대한 확고한 관심. 취업 때문에 복수전공으로 선택한 경영학이 의외로 재미있었고 내친김에 군 제대 후 한 의류업체의 마케터 대외활동에도 뛰어들었다. 반년 간 신제품 홍보방안을 연구하고 실무자에게 평가받으면서 현장의 마케팅을 직접 체험하게 됐다. 졸업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마케팅 직무만 골라 도전장을 냈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정장보다는 캐주얼을 입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그가 최종적으로 유니클로를 선택한 이유다.





#문과생 #취업난 #그리고_찾은_나의_일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반 년 간 일본에 다녀왔다. 귀국 후에는 학점관리와 함께 토익공부에 집중했다. 본격적인 채용시즌에는 학교수업이 끝나면 무조건 도서관에서 지원서를 썼다. 인근 학교에 재학 중인 취업준비생들과 모여 스터디도 했다. 하지만 이게 다였다. 특별히 마음을 끄는 기업이 없었기에 노력도 특별할 게 없었다. 그의 지원서 역시 연신 엇박자를 냈다. 


그러다 2008년 12월, 일본에 본사를 둔 유니클로의 점장후보자 모집공고를 발견했다. 전공을 살리고 싶었던 데다 의류업체의 마케터를 꿈꿨던 그에게 운명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 유니클로의 정보가 많지 않았고 직접 일본 웹사이트를 샅샅이 뒤져 회사설명부터 직무소개서까지 꼼꼼히 살폈다. 


특히 점장후보직 채용인 만큼 현장 경험이 중요할 것이라 판단했다. 마케팅 대외활동 이력은 물론,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호프집에서 6개월 간 서빙부터 물량 발주까지 하며 직접 매장을 관리했던 경험을 적었다. 게다가 평소에 워낙 유니클로 점포를 즐겨 다녔기 때문에 회사 맞춤 질문에도 자신 있었다. 


“지원 전에 고객으로서 느낀 개선점 등을 정리해뒀는데 마침 면접 때 ‘점포 개선방안’ 질문을 받았어요. 당시 즐겨 찾던 압구정점에서 느낀 지하매장 안내판 설치, 조명밝기 개선 등을 이야기했고, 나중 일이지만 이게 실제 반영되기도 했죠.”


마침내 유니클로의 점장후보직에 최종 합격했다. 첫 출근지는 서울 강남점 점포였다. 첫날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다름 아닌 청소. 나름 신입사원 타이틀을 얻은 그였지만 아르바이트생이 할 법한 초보 업무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하지만 고객이 아닌 직원으로서 만난 유니클로는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인사법, 목소리 크기, 계산순서 등 하나하나 배워야 했다. 짬이 날 때는 유니클로식의 옷 접는 법도 수시로 익혔다. 




“무엇보다 동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어요. 스태프를 포함해 총 60명이 함께 일했는데 하루라도 빨리 점장으로서의 듬직함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 방법으로 선택한 게 청소기였어요. 매장 곳곳을 청소기를 돌리다 보니 운영상황도 파악할 수 있고 모든 동료에게 먼저 다가가 안부도 물을 수 있었죠.”


1년 뒤, 마침내 점장승급시험. 시험은 점포과제평가와 면접으로 구성됐다. 면접 때 가장 강조했던 건 부하육성능력이었다. 1년 간 강남점과 양재점 두 곳에서 일하며 매장 운영의 기본은 인사라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우선 각자 어떤 일을 어려워하는지, 왜 그런지를 관찰했는데 공통적인 이유가 나오더라고요. 못한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던 거예요. 막히는 일이 생겨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지나쳤던 거죠. 그때부터 한 명씩 불러 가르쳤어요. 싫은 소리를 내키지 않아할까 걱정도 많았는데 오히려 다들 고마워해주더라고요.”


[유니클로의 승급체계]




#지도력 #본사와_현장의_연결고리 #홍대지역_슈퍼바이저


유니클로는 지점이나 부서 이동이 잦은 편이다. 7년간 남정호 씨가 거쳐 온 길 역시 활자로만 봐도 꽤나 소란스럽다. 강남점에서 출발한 그는 1년 뒤인 2010년 2월엔 이마트 양재점의 점장이 됐다. 4개월 뒤에는 롯데백화점 분당점으로 옮겼다. 또 다시 4개월 후, 이번엔 본사로 이동해 점포영업을 지원했다. 다음 해엔 신점팀에서 신규 점포의 오픈 및 정착을 위해 관련 부서와 협업하고 신점 점장을 교육하는 일을 맡았다.


이듬해엔 S(스타)점장으로 승급해 현장에서 직접 신점을 오픈하게 됐다. 지난 2014년, 서울 잠실 일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롯데월드몰의 유니클로 점포가 바로 남정호 씨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S점장은 점장의 다음 단계로 본사와 현장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점포를 운영하면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본사에 전달해 직접 해결한다. 담당 점포 규모도 훨씬 크다. S점장으로서의 첫 임무인데다가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던 롯데월드몰점. 책임도 그만큼 막중했다. 


“워낙 관심이 많았던 곳이기에 오픈도 서둘러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전사 차원의 도움이 필요했죠. 다행히 본사 근무 경험이 있어 협력을 얻기 수월했어요. ‘연결고리’라는 S점장의 역할을 실감했죠.”


올 3월, 또 한 번의 승진을 통해 슈퍼바이저(SV)가 됐다. 요즘은 홍대지역의 5개 점포를 총괄한다. 홍대 YG파크점, 합정 메세나폴리스점, 여의도 IFC몰점,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등 이른바 ‘핫플레이스’의 점포가 모두 그의 관리를 받는다.




그의 하루는 점포에서 시작해 본사를 거쳐 다시 점포에서 끝을 맺는다. 매일 평균 두 개 점포에 들러 전날 점포 상황과 신상품을 확인한다. 점장을 통해 현장 이야기도 듣는다. 짬을 내 본사를 찾아 주간 영업 계획이나 방향성, 현장 목소리를 공유한다. 여전히 본사와 현장의 끈을 공고히 다지는 게 그의 주요 업무다.


남씨의 최종 꿈은 언젠가 점포가 아닌 한 나라를 책임지는 것. 유니클로의 신규 진출 국가의 점장으로서 유니클로 문화를 지역민에게 전파하는 게 목표다.


“처음 유니클로에 입사한 2009년만 해도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는 개념이 생소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옷에 대한 개념은 물론 생활패턴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죠. 다른 나라에도 이런 문화를 알리고 싶어요. 오지면 어떻게 하냐고요? 전혀 문제없습니다.”


“점장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지도력 같아요. 내 한 마디 지시로 점포 전체가 움직이잖아요. 지금도 올바른 정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알려줄 수 있을지가 가장 큰 숙제죠. 매출은 결국 직원을 관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요. 사람에 관심이 많은 후배라면 유니클로 UMC에 딱일 겁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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