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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더시티 대학생 운영단 “저희의 유일한 경쟁상대는 CJ죠!” 조회수 : 46531

 대학생으로 이뤄진 슬라이드더시티 운영단 '생각' 팀원을 인천 남구 문학경기장에서 만났다. 

강윤구 씨, 정성규 대표, 김태호, 양영모, 윤준성 씨.(왼쪽부터) 사진=김기남 기자


7월 19일 오후 2시. 그야말로 ‘찜통더위’였다. 서울은 한때 최고기온 32℃를 찍으며 폭염주의보도 발동됐다. 


그 시각, 인천시 남구 문학경기장에서는 ‘쿵쿵’거리는 EDM 사운드와 함께 시원한 물총싸움이 한창이었다. 이름하야 ‘슬라이드더시티 in 문학워터파크’다. 슬라이드더시티는 이름 그대로 도심 한복판에 미끄럼틀을 만들어 슬라이딩과 물총싸움을 함께 즐기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인천은 물론 서울, 대구 등 전국구로 찾아간다. 


이 행사의 운영자는 바로 대학생들. ‘행사 진행’에 진정한 뜻이 있다며 휴학계를 내거나 아예 자퇴도 했다. 최종 꿈은 CJ를 발 아래 두는 것이라는 이들 용감한(?) 대학생을 문학경기장에서 만나봤다.


정성규(92년생) 광운대 전자재료공학 4학년

윤준성(93년생) 광운대 전자재료공학 3학년

김태호(95년생) 세종대 콘서바토리 음향제작(2014년 자퇴)



 정성규 '생각' 대표. 사진=김기남 기자 


슬라이드더시티 운영자가 대학생이었다니, 신기하네요.


정성규 대표(이하 성규) 몇 달 전, 이번 행사를 운영하는 기획사가 슬라이드더시티 총괄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제안서를 냈는데 뽑혔어요. 기존에도 몇 번 행사를 운영해 봐서 협찬사 섭외, 인력구축 방안 등 구체적인 내용을 적을 수 있었죠. 마침 또 대학생이라 더 좋게 보신 것 같아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보네요. 행사기획의 길로 뛰어든 계기는 무엇인가요?


성규 스무 살에 SNS에 ‘대학생각’이라는 페이지를 만든 게 시작이었어요. 그냥 대학생으로서의 일상을 이것저것 적었는데 1년 만에 팬이 4만 명이 된 거예요. 그 뒤로 기업으로부터 대학생 대상 마케팅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직접 행사를 만들어 보고 싶어졌고 대학생각을 오프라인으로 꺼내 대표를 맡았죠. 이후 밴드생각, 청춘생각, 기획생각 등으로 확장했죠. 두 달 전엔 기존 대학생각 대표직을 과 후배이자 대학생각 멤버였던 준성이에게 주고 저는 이 생각들을 아우르는 ‘생각’의 대표를 맡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생각이라는 그룹 안에 여러 가지 ‘-생각’이라는 계열사를 만든 거예요.(웃음)


그럼 ‘생각’이 회사 개념인 건가요?


성규 네, 곧 사업자등록도 할 거예요. 두 달 밖에 안됐는데 벌써 큰일을 맡게 돼서 얼떨떨하네요. 


20대는 대부분 졸업 후 ‘취업’을 생각하는데 그렇진 않았나요?


성규 제 인생철학이 ‘매일을 재미있게 살자’예요. 대학생 때부터 획일화된 시스템을 안 좋아 했죠. 인턴도 해봤지만 이것도 사실 수업을 듣지 않아도 학점을 준대서 ‘재미있게 학점을 받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지원한 거였죠. 그런데 매일 복사만 하고… 저에겐 안맞았어요.


윤준성(이하 준성) 주변에 취업한 친구들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는데 제가 꿈꾸는 모습과는 달랐죠. 역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힘들어도 행복한 마음으로 버틸 수 있겠더라고요.


김태호(이하 태호) 전 공연예술을 전공해서 직접 음향시스템을 꾸리는 일을 해봤는데 엄청 재미있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이 길을 생각했어요. 또래 친구들과 함께 즐기면서 일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죠.


 EDM 파티에 함께 한 SK와이번스 치어리어들과 '생각' 팀원들이 슬라이드더시티 무대에서 물총싸움을 벌였다. 사진=김기남 기자 



하지만 경제적인 면도 고려해야 하잖아요.


태호 분명 수입이 고정적으로 들어오진 않죠. 하지만 아직 돈이 목적은 아니에요. 나중에 잘 살기 위해 지금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우선 지금 즐겁게 사는 편을 택한 거예요. 


성규 저도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어요. 제가 좋으니까 하는 거였죠. 그런데 요즘 들어 욕심이 생겼어요. 우리나라는 덜하지만 외국엔 축제로 먹고 사는 사람이 많아요. 한국에 이런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어요. 


부모님이 반대하지는 않나요?


성규 네, 지금은 많이 인정해주세요. 얼마 전 신촌 뷰티페스티벌 사회를 맡았는데 어머니가 직접 오셔서 응원도 해주셨어요. 


태호 저도 가수 조용필 콘서트에 크루로 간 적이 있는데 어머니가 엄청 좋아하셨어요. 아, 조용필 선생님 때문인가.


준성 전 아직 도전 중이에요. 아버지는 제가 빨리 자리를 잡길 바라시죠.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해 달라’며 계속 설득하고 있어요.  


이번에 맡은 행사 이야기도 해주세요. 역할이 무엇인가요?


성규 이번에 세 개 행사를 운영해요. ‘더운 아스팔트를 식히자’는 콘셉트로 슬라이드더시티와 물총싸움을 맡고 있죠. 오늘 하는 건 ‘슬라이드더시티 in 문학워터파크’예요. 7월 16일부터 23일까지 8일간 열리죠. SK와이번스 치어리더와 함께하는 EDM파티와 슬라이드더시티 두 가지로 구성되는데 이중 슬라이드더시티가 저희 몫이에요. 총 150m 규모로 문학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부터 북문광장까지 경사를 만들어서 슬라이드도 타고 물총싸움도 하는 거죠. 7월 말에는 대구 치맥페스티벌과 한강 몽땅축제에도 합류해요. 가장 주력한 건 한강 몽땅페스티벌이에요. 다른 행사에 절반 정도 관여했다면 여기엔 광고주 섭외부터 부스 판매, 공연자 섭외까지 거의 대부분 참여했죠. 


인천 슬라이드더시티 in 문학워터파크 : 7월 16~23일

대구 치맥페스티벌 : 7월 27~31일

서울 한강몽땅페스티벌 : 7월 30일~8월 15일

 

행사를 준비하면서 ‘나 이런 것까지 해봤다’라는 게 있다면? 


태호 아티스트를 섭외하기 위해 빌어도 봤어요. 직접 커피를 사들고 찾아가기도 하고. 마침내 성사시켰죠. 또 한정된 예산을 활용하려면 아무래도 이런저런 비용을 깎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힘들긴 하지만 보람도 커요. 아, 차도 샀어요. 이동시간이 길잖아요. 지금 빚쟁이 신세예요….





준성 전 휴학을 했어요. 대부분 행사가 대학생 시험기간 직후에 열려요. 그러면 저희는 시험기간 동안 준비해야 하는 거죠. 이러다간 두 개 다 놓치겠다 싶어서 아예 1년 휴학계를 냈어요.  


성규 저도 4학년 1학기인데 지금 취업계를 낸 상태예요. 2학기에도 낼 거고요. 학교를 가지 않는 대신 최소학점을 받는 거예요. 여자친구와도 헤어졌어요. 계속 지방을 다니다 보니 만나기 힘들더라고요. 결국 미안하다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성장하자고 말했죠. 그 날 술 엄청 마셨어요.


계획 중인 또 다른 행사가 있나요? 


성규 올해도 할로윈파티를 하고 싶어요. 작년에는 현대자동차에서 협찬을 받아서 클럽을 대관하고 아티스트도 초청해 크게 열었어요. 또 400명을 불러서 MT도 갔어요. 인천 모도에 일종의 ‘클럽섬’이 있는데 아는 분을 통해서 리조트를 대관해 대규모 인원이 함께 놀았어요. 다들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했죠. 성년의 날에는 장미랑 향수, 키스립스틱 세 개를 함께 포장해서 대학에 직접 찾아가 판매하기도 했어요. 수익은 전액 기부단체에 드렸고요.


아무래도 협찬사를 모집하는 게 가장 힘들 것 같아요.


성규 그렇죠. 일단 열심히 제안서를 써서 보낸 다음 전화를 해요. 직접 뵙고 싶다고. 바쁘다고 거절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생각보다 좋아하세요. 일단 대학생이 직접 대학생을 위해 기획한 행사라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성규 생각 중인 행사가 많아요. 지금 서울시도시재생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데  7~8월 중 시청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어보고 싶어요. 11월에는 롯데월드와 할로윈 나이트파티를 함께 해보고 싶고.(확정된 거예요?) 일단은 계획만 하고 있어요. 이제 제안서를 넣어야죠. 이것 말고도 백수 축제나 부장님 축제도 생각 중이에요. 부장님만 한 100명 섭외한 다음 대학생과 삼겹살에 소주를 기울이면서 진짜 인생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재미있는 레크레이션도 하고요. 행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게 공연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지금 태호가 맡고 있는 ‘밴드생각’을 활용하면 가수 섭외나 무대 연출 등도 어렵지 않죠. 


준성 이번에 포켓몬 게임이 터지자마자 속초 포켓몬 지도를 만들고 코스별 콘텐츠를 만들려고 했어요. 일종의 포켓몬투어인 거죠. 슬라이드더시티 때문에 바빠서 결국 실행하지는 못했지만요. 졸업 후에도 계속 이 일을 할 거예요. 그러다 정말 이 길이 아니다 싶을 때 돌아오면 후회는 없을 테니까요.


태호 전 ‘밴드생각’ 대표로서 특이한 음악콘서트나 버스킹 등 음악 행사를 계획 중이에요. 최종적으로는 사운드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요. 공연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까지 하는 거죠. 


성규 제 꿈은 CJ를 능가하는 최고의 문화기업을 만드는 거예요. 앞으로도 엄청 멋진 콘텐츠를 계속 만들 테니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