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물

[졸업을 걱정하는 너에게] 난 직업을 네 번 바꿨어 조회수 : 27045

(#목소리여친 페이스북 페이지 이미지)


졸업을 걱정하는 너에게


난 직업을 네 번 바꿨어. 그리고 지금 또 다른 꿈이 생겨서 도전하는 중이야. 누가 보면 공채 마니아나 시험덕후인줄 알겠네. 


나는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어. 4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바이올린, 플룻까지 다루며 별 고민 없이 예술고등학교에 들어갔지. 2년 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영재 교육도 받고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어. 자연히 대학 졸업 전까지만 해도 난 내가 음악신동이라고 생각했지. 당연히 평생 음악 일을 할 줄 알았고.


그런데, 대학생활 막바지에 이를 때쯤 엄청난 혼란이 오더라. 음대를 졸업하고 전업 작곡가로서 살 것인지 아니면 남들처럼 회사에 취업할지 그제야 고민을 하게 된 거야. 난 ‘일반적인 삶’에 대한 열망 때문에 출퇴근 직장에 다니고 싶었고. 


하지만 막상 취업을 하려니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야. 내가 잘 아는 분야라고는 음악뿐이었으니까. 그러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말하기’ 수업을 들으며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흥미가 생겼어. 그 뒤 일 년여 간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대전 지역 지상파 방송사 공채에 합격했지.




문득,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때부터가 시작이었을까. 그 뒤로 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마다 즉각 해당 업계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하면서 지원서를 냈어. 아마 지금까지 자기소개서 100개는 쓴 것 같아. 그렇게 몇 년간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며 연예기획사 홍보팀, 출판사 에디터, 아나운서 교육기관 강사, 음반유통사 제작투자/A&R까지 총 5개의 직업을 갖게 됐어.


사실, 이 직업들이 객관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어. 하지만 대학시절 방황을 한 뒤로는 일단 현재의 직장에 오래 머물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서면 바로 결단을 내렸어. 결국엔 주인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이끌어갈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 거야.

 

지금쯤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그래, 밥은 먹고 살아야 하잖아. 난 일단 퇴사 후 약 1년 정도는 수입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어. 그래서 월급이랑 퇴직금을 미리 계산해서 이 기간 지출하게 될 자금을 마련해뒀지. 기껏 새로운 도전을 해보겠다며 퇴사해놓고 돈이 아쉬워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하면 오히려 더 큰 손해니까. 정말 무일푼이 돼 버리면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지. 그 정도는 당연히 각오했고.


물론 나라고 매일이 열정적이었던 건 아니었어. 어두운 방안에 하루 종일 누워서 ‘아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라는 자괴감도 많이 느꼈지. 그러다가 SNS에서 어라운드라는 어플을 알게 됐고 음성일기로 이용자들과 소통해보고 싶어졌어. 평소에 목소리가 편안하고 듣기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 남자친구에게 조잘조잘 이야기한다는 콘셉트라 이름을 ‘목소리여친’으로 지었고. 내가 맨 앞에서 지금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고 했지? 그게 바로 목소리야. 이 나름의 재능을 활용해 성우나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 그래서 지금 열심히 준비 중이지. 


내가 직장을 그만 둘 때마다 들은 말이 있어. “야 나가서 뭐해서 먹고 살려고. 여기만한 데 없다.” 물론 그 안에서는 그렇게 느껴질 수 있지. 그런데 꿈이 있고 자기 확신이 있다면 겁낼 필요 없어. 난 회사에서 정체성을 잃어가거나 힘이 들 때, 다음 꿈에 대한 계획을 세우면서 힘을 냈어. 억지로 꿈을 만든 게 아니고. 어디에서 뭘 하든 이게 끝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힘들어할 일이 아니야. 오히려 고마운 경험이 되는 거야. 되든 안 되든 일단 뭐라도 막 던져놓고 나면 그게 다 여기저기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니까. 


그리고 꼭 내 전공 분야로 취직해야겠다고만 생각하지 마. 사회에 나와 보면, 전공이랑 전혀 다른 분야에서도 너무나 잘 하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보거든. 


사람이 잘 먹고 잘 사는 데 정답이 있을까? 없어. 그러니까 마음 편히 먹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뭘 할 때 행복한지,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해보고, 그걸 위해 필요한 노력을 구체적으로 생각해서 실행해 봐. 세상 탓, 내 탓만 하지 말고 뭐라도 시작해. 단 너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면 중간에 어그러지기 쉬워. 


다시 말하지만 절대 조급해하지 마. 잠깐 백수라고 당장 굶어죽는 거 아니고, 지금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평생 이걸로 늙어죽는 것도 아니더라. 개그맨 정형돈 아저씨의 말 중에 엄청  공감 가는 게 있어. 대한민국에 5000만 명의 인구가 있다면 5000만 가지의 성공법이 있는 거다. 우리 모두 우리만의 성공을 향해 가자고!


<이 글은 익명 SNS 앱 ‘어라운드’의 이용자 ‘#목소리여친’과의 개별 인터뷰를 토대로 재구성 한 것입니다. 목소리여친의 생생한 목소리는 어라운드(http://around.so/)나 목소리여친 페이스북(페이스북 페이지 @hearmydear)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정리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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